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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이야기/경제적 독립 프로젝트

가난의 대물림 끊기 // 백번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경제서가 피부에 와닿다

 

 

부동산을 구입하는 일이란

수 억씩 대출을 받는 일이란 딴 세상 일인 줄로만 알았다.

 

 

부모의 집에서 살면 되었고

회사 기숙사에서 살고

학교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았다.

 

 

중간중간 골치아플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꽤 괜찮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곤 했다.

그게 내 능력이고,

퍽 요령있게 잘 살아왔다고 믿기도 했다.

 

 

지금와서 다시 살펴보니

8년 전, 신혼초 세입자로 살던 지역은

2년마다 전세금을 몇 천씩 올려줘야할만큼

전세가가 올랐다.

 

 

이 동네가 이 가격이라고?

모두 투기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혼 당시 남편은 회사를 통해

좋은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우리는 대출을 받지 않았다.

남편은 전세 대출을 받는 것도 거절하고

담보 대출을 받는 것도 거절했다.

 

 

 

 

남편은 대출은 절대 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결국, 대출을 받지 않으면서도

주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았다.

미국에 가기까지 2 곳의 빌라에서 살았다.

 

 

 

 

 

 

 

 

나는 결혼하자마자 DAUM <짠돌이카페>에 가입하여

그곳에서 말하는대로 절약을 하고, 적금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좋은 빚, 나쁜 빚을 공부하고

생활비 아끼는 법을 공부하고

적금 풍차돌리기나 펀드를 공부했다.

추천 도서를 읽었고

10원 단위로 가계부를 적어 식비를 관리하고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가끔은 오피스텔 분양 사무실에 들려

설명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절약하여 돈 벌어 부자되었다는 사람들

부동산해서 돈 번 사람들 이야기를 읽었는데...

왜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한 번 시작한 부동산에 대한

이해와 공부의 물꼬가 터지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건을 보고

어떻게 구입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막 결혼했을 때, 분양 사무실 영업사원은

지금과 똑같은 말을 했다.

내가 읽었던 책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말을 했다.

문제는 그 말들이 내 문제로 체감되지 않았은

죽은 텍스트일 뿐이었다.

 

텍스트 자체로만 받아들였고

구체적인 앞뒤 정황을 이해하거나

숨어있는 행간을 읽어낼 능력이 없었다.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피스텔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수익형 부동산이다라는 글을 읽으면

그 때는 그렇게만 알았다.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다 영등포 오피스텔 원룸의

값비싼 월세에 놀래서 그만 나와버렸다.

 

 

그 때는 그저 이렇게 생각했다.

 

 

 

저렇게 몇 억짜리 원룸을 사서 월세를 받다니...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나

노후에 용돈벌이를 하겠구나.

 

나는 내집마련도 빠듯할테니

원룸에서 따박따박 월세받는건 힘들겠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된 오피스텔 전략은 이렇다.

 

 

 

1. 오피스텔에 대출을 70% 껴서 구입한다.

(경매로 입찰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면 더 좋다.)

2. 보증금을 1,000이나 2,000 받고 월세를 시세대로 받는다.

3. 나의 실투자금은 대출금을 뺀 30%인데, 월세 보증금을 받으므로 약 20%가 나의 실투자금이다.

4. 나의 실제 이익은 월세에서 대출 이자를 뺀 금액이다.
8-10%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5. 경매나 급매가 나올 때마다 1-4를 반복한다.

6. 월 40만원 수익을 낼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오피스, 상가를 5개 세팅해놓으면 일을 안해도 된다.

 

 

 

 

 

 

 

 

다시 신혼초로 돌아가보았다.

우리는 약간의 목돈이 있었고

곧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라 실거주할 집이 필요 없었다.

 

 

그 때, 우리는 우연히 한 오피스텔 분양 사무실을 구경했었다.

분양가는 약 1억이었고,

현재 네이버 부동산으로 확인해보니

월세는 지금도 꾸준히 보증금 500-1000에

월세 40-45씩 나오고 있다.

 

 

1호선 역세권이고 마을버스를 타면

7호선과 2호선까지 이용가능해서

수요가 꾸준한 곳이지만

그만큼 원룸 공급이 많기 때문에

월세는 오르지 않은 상태이고

현재 매매가는 1억으로 시세차익 역시 보지는 않았다.

 

 

 

나의 부동산 History를
복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그 때, 70% 대출을 받고

월세보증금 1천만원을 받고

실 투자금은 2천만원이라고 하면

 

 

매달 대출 이자와 각종 세금을 한다면 넉넉하게

월 15만원 정도 나갈 것이고.

지난 8년 동안, 매월 30만원은 여윳돈을 벌었을 것이다.

 

 

물론 시세차익을 보기 힘든 물건이었지만

내가 그 동네를 잘 알고 있는데 (더블 역세권)

전.월세 수요가 늘 넘치는 곳이라

세입자 맞추기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1억을 넣고 40만원 받는다는 것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1억은 너무 큰 돈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1억을 넣었다면 4-5채를 샀을테고

나는 월급을 받으며 유학생활을 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당시 오피스텔이 아니라

전세를 맞춰놓고 소형 아파트를 사놓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긴 했을 것이다.)

 

 

그 때는 부동산 사면 폭락한다고 하고

실제로도 하우스 푸어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었을 때였다.

 

 

갭투자로 일산에 십여채의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전세가와 매매가가 함께 하락하면서

대출도 문제고, 전세가 만기될 때마다

수천만원씩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그 텀이 순차적으로 계속 돌아와 고통받는 사람도 있었다.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몰랐고

재테크 공부를 해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뭘 공부해야하는지 몰랐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책을 백날 들여다본다고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그저 텍스트로 내 삶에 적용되지 못한 말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