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는 사람만 산다
이 사실이 나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다.
나는 집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실 집을 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집을 갖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번듯한 집 가지고 싶다.
마래푸나 시그니엘이 좋은 걸 몰라서
안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내가 가진 돈으로 그런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너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사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나의 부모님은 집을 산 적이 있었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나는 고등학생까지 강제로 햇빛이 들지 않고
친구도 초대할 수 없는 흙집에 살았기 때문이다.
좋은 집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구입해도 괜찮은 집'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이 기준을 바꾸지 않는한 나는 평생 집을 가질 수 없다.
내가 가진 기준은 서울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였다.
내가 운전을 못해서 지하철역을 반드시 끼고 있어야했다.
나는 한 평생을 건물은 낡았지만
입지만큼은 서울에서 가장 좋은 곳에서 살았다.
여기서 건물만 번듯하면 딱이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아무리 일해도 이런 조건의 집을 구입할 수는 없다.
당연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가 일해서 버는 근로 소득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 힘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니까 이거야.
현재 내가 얼마 갖고 있으면
눈은 굉장히 높은 거야.
좋은 동네, 좋은 집.
그러니까 이게 현실하고
자기 (이상)하고 안 맞는 거야.
꿈하고 현실하고 안맞는거지.
그러니까 왠만한 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 김광규의 부린이 탈출기 ep.6
직방TV에서 제작한 <김광규의 부린이 탈출기>를 보다가
부동산 고수 팽현숙 님의 멘트가 귀에 박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집마련의 기준은
마치 완벽한 조건의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
결혼을 안하겠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이 낮아진다.
연애나 결혼이야 내가 안하면 그만이지만
집은 어떤 형태든 어디에선가 살아야하지 않는가.
또한 연애나 결혼은 대상이 사람이지만
내 집 마련은 대상이 부동산 즉, 자산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나의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가 되어준다.
이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처럼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물건을
운명처럼 갖게 될 거라 생각했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전/월세가 똑똑한 선택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 놈의 월세가 거꾸로 리스크가 되어
우리는 알량한 돈을 지키기 위해
다주택자의 길을 강제로 걷게 되었다.
띠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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