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텍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던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던 글들이
한 순간에 퍼즐처럼 맞춰질 때가 있다.
이게 이래서였구나!
이것 때문이였구나!
집을 사는 사람 vs 집을 사지 않는 사람
나는 단행본을 내는 작가이며,
내년에도 한 권의 책이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책을 파는 것은 참 어렵다.
출판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사는 사람만 사요."
1. 책은 읽는 사람만 읽는다.
2. 1번의 사람 중, 책을 사는 사람들만 구입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감이 된다.
즉, 아무리 어떤 책이 좋고 재미있다고 해도
책을 읽는 사람만 읽으며
그 책을 구입해서 읽는 사람은
늘 책을 구입하는 사람 뿐이다.
왜냐하면 나도 책을 많이 읽고 되도록이면
구입해서 읽는 편인데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집근처에 도서관이 있는 사람은
좋은 책을 추천받아도
도서관에서 빌려읽을 것이니
어지간해서는 돈 주고 책을 사지 않을 것이다.
이지성 작가는 <리딩으로 리드하라> 원고를 쓰기 위해 2천-3천만원 어치 도서를 구입했다고 한다.
책을 팔고 싶다면 이지성 작가같은 큰 손에게 찾아가
책을 파는 것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는 어지간히 흥미가 있으면 돈주고 살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한 사람에게
책을 팔기도 어렵고
도서관에서 빌려서만 보는 사람에게도 팔기 어렵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다.
립스틱을 하나도 안사본 사람에게 파는 것보다는
서랍 가득 립스틱으로 꽉 찬 사람에게 파는 것이
쉬울 것이고..
평생 명품 가방 하나 없는 사람에게
가방을 파는 것보다는
신상이 들어올 때마다 구입하는
VIP에게 파는 것이 쉬울 것이다.
집은 사는 사람만 산다
내가 얼마 전,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은 것은
바로, 집 또한 사는 사람만 산다는 것이다.
나는 그 전까지 보통 한 가구에
집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집이 하나씩 있긴 했는데
작은 빌라 하나를 하나 사서 그 곳에서 오래오래 살았다.
그리고 그런 집을 갖기 전까지는 전세나 월세를 살았다.
하지만 나는 명품 가방이 하나도 없지만
신상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VIP들이
수없이 많이 있는 것처럼
집 역시 계속 사는 사람들은 산다는 것이다.
이 투기꾼들요?
바로 그 전 정부에서
양도세 취득세 면제까지 해주면서
정부가 제발 사달라고 빌어서 집 샀던 사람들입니다
집도 사본 놈이 사는 거라고
원래 미분양 나면 다주택자들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중략)
떨어져서 답 안 나올 때는
그 투기꾼들이 몇 채씩 사줘야돼요.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취득세 양도세 깎아줘가면서 사라고 장려했잖아요.
여기저기 미분양 나서 난리였으니까요.
-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17편, 삼호어묵
정치적 색깔이 짙긴한데 필력이 뛰어나 재미로 읽었던 삼호어묵 님의 글이 갑자기 떠올랐다.
즉, 집을 안사는 사람들은 집값이 저렴하고
세제 혜택이 주어저도 집을 안산다는 것이다.
반대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미분양이 나고
집값이 폭락해도 산다.
에르메스 가방이 할인을 한다고 해도
난 에르메스 가방을 사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사본 적도 없고, 들고갈 곳도 없고,
어울리는 옷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사본 적이 없으므로
어디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사야하는지도
방법도 모를테다 ㅎㅎ
대폭 할인해주어도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며
욕이나 할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결혼할 때에도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비쌌다.
평수가 널찍하고, 신축이라 깔끔하고, 남편의 직장과 가깝고, 브랜드까지 멋진 곳은 비쌌다.
역세권에 학군좋고 신축인데 평수 큰 건물.
그건 이제 15-20억을 하니
좋은 걸 알아도 살 수가 없다.
내 돈으로 갈 수 있는 부동산(구축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은 사고 싶지 않았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차라리 나았다.
팔리지 않으면 골치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난 10년 동안 월세 살이를 선택했다.
그런 내가 유주택자가 되다니!
내게도 유전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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