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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이야기/경제적 독립 프로젝트

가난의 대물림 끊기 // 사는 (buy) 집과 사는 (live) 집은 다르다

 

 

 

 

 

 

좋은 집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졌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다섯살 된 아이를 데리고

임장이나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러 다니면

쪼그만 녀석도 어느 집이 제 살기에 더 좋은지

기가막히게 안다.

 

 

명도 소송으로 당장 이사를 해야해서 부랴부랴

월세로 사는 집보다 넓은 집을 보고 왔는데

결국 이사를 가지 않기로 했다.

그 집을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야기하니

아이는 소리지르며 오열했다.

 

 

구축 아파트도 한 번 봤는데

깨끗하지 않다며 살기를 거절했다.

(지금 사는 건물이 3년 밖에 안되어서

아마도 도색이 아직 깔끔한걸 깨끗하다고

인식한 모양이다.)

 

 

어느 날은 직장인 수요가 있는 오피스텔 원룸을

사무용으로 보고 왔더니

자기 전에 재차 확인했다.

그 집은 너무 길어서 살면 안된다며

(좁다는 단어를 몰라 길다고 표현한듯)

몇 차례 다짐을 받고서야 잠이 들었다.

 

 

 

 

 

 

곧 입주하게 될 새 아파트의 건설현장을

이따금 차로 운전해서 가보기도 하는데

 

 

건물이 크고 높으니

아이는 갈 때마다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좋아한다.

 

 

 

 

 

 

 

네이버 부동산이나 호갱노노만 보아도

쉽게 집 구조를 볼 수 있다.

서울 내에 초품아면 좋고, 역세권이면 좋고,

신축이면 좋고, 브랜드있으면 좋다.

 

 

당연히 아파트이고 말이다!

 

 

문제는 나는 이런 집을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집에 실거주할 능력도 안되고

투자할 능력도 안된다.

분양을 받고 싶지만,

학률이 낮으므로 분양도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좋은 아파트, 새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소득 수준과 상황에 맞는 집을

골라 살면 그것으로 족하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여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됐지만 저렴한 아파트에

거주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마트대신 부동산간다> 김유라



 

 

나는 지방에서 몇 년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

평생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방 부동산은 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낡은 집이 안팔린 덕분에

유년시절이 암울했던 기억 때문에

단독이건, 빌라건, 아파트이건

구축은 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피스텔에도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구입해서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월세나 전세로는 말이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주말부부든 누군가는 어떤 이유에서 원룸에서 살아야한다.

 

 

빌라에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

아직 자녀가 없어 학군이나 놀이터, 엘레베이터

유무가 중요하지 않으나

직주근접이 중요한 싱글이나 신혼부부는

교통이 좋은 빌라에서 살아야한다.

 

 

구축에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

자녀를 위해 이 입지에 살아야하지만

신축은 너무 비싼 사람은

구축이어도 살아야한다.

 

 

그러니까 선입견을 버리고 보면

이 부동산에서 살아야만 하는 수요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런 오피스텔, 빌라, 구축 아파트는

실거주자들이 매매를 하지 않고

전.월세로 거주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기다리며

몸테크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소유주와 거주자가 대개 다를 것이다.

 

 

이런 부동산들은

사는 (buying) 사람과 사는 (living) 사람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다주택자가 있는 것이다.

한 가구가 꼭 1집씩만 가지고 있다고 하면

꽤나 공평해보이지만

저마다 필요한 집이 다르며

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20대에 필요한 집과

30대에 필요한 집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시 몇 년 살다가

떠날 요량인 집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팔리지도 않을텐데, 오르지도 않을텐데...

물론, 물건이 안팔려서 고생하는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전세나 월세 수요가 끊이지 않는 입지라면

전세가와 월세는 계속 오를 것이다.

집주인은 2년 마다 앉아서 1천만원씩 벌 것이다.

그 돈으로 또 비슷한 부동산을 한 채씩 늘릴 것이고,

그렇게 집주인의 자산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몇 년 살다가 나가는 것이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2년마다

전세 계약을 할 때마다

보증금이 올라가니 목돈이 생기는 것이다.

혹은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도 쓸 수 있고.

 

 

원룸형 오피스텔은 힘들겠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지가가 상승하니

집값 자체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집만 꼭 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는 아주 다양한 상황의 사람들이 있고

다들 저마다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집에

하나씩은 반드시 거주해야만 한다.

 

 

이렇게 수요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이상을 낮춰 내 집 마련을 못할 것도 없고

다주택자가 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

 

* 물론, 잘못샀다가 물리기 쉬우니

조심, 또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