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몇 개의 영상을 시작으로
참 많은 생각을 해본 며칠이었다.
그 시작은 저출산이었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안 낳을까?
뭐 많은 이유야있겠지만...
가성비가 떨어지는 밑지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한없이 높아졌다.
부모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부모는 자식을 정서적으로 공감해주고 이해해주고
자녀가 가진 어려움(장애나 선천적인 기질을 포함하여)을 인내하고 한없이 희생해야한다.
아이가 누려야하는 보호와 권리가 늘어나지만
그걸 수행하고 책임져야하는 책임은 대부분 부모에게 있다.
-> 조부모와 같은 양육 조력자가 있지 않는 한
맞벌이 부부로 2명 이상의 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정서적, 기질적 필요를 맞춰주고 채워주고 공감해주는 건 불가능하다.
-> 고로 외벌이를 해야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서적으로" 이상적인 양육 환경이 갖춰진다.
수명이 늘어나니 부모 자신도 노후 준비를 미리 해놓아야한다.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키우는데 평균 2억이 든다고 한다.
문제는 왠만한 벌이의 사람들은
부부의 생활비 + 아이의 양육비를 하면
그 돈이 전부라는 것이다.
노후가 전혀 준비되지 않는다.
만약,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는 30-40대라면
어지간히 성공해서 돈을 벌지 않는 이상
자신의 부모 봉양
+ 본인 부부의 생활비
+ 자녀의 양육
+ 본인 부부의 노후 준비
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사람이 과연 돈을 얼마나 벌어야 가능할까?
큰 결심을 하고
자식을 힘들게 키워봐야
이 자식이 커서 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보답을 하기는 기대하기 쉽지 않고
나에게 피해만 안주길 간절히 바래야 한다.
지금까지 나의 부모로부터 받았던 교육비만큼은 자녀들이 벌어야하는데
취업이 애초에 되지 않는다.
가난한 부모는 전재산을 자녀 양육과 교육에 썼고
그 자녀는 자신이 받은 교육비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가난한 부모와 자식만 남아
서로를 원망하며 화만 남는다.
가난한 부모의 노후 자금으로 준비되었어야할 돈이
사회에 정착할 보증금이나 초기 사업 비용으로 쓰였어야할 돈이
교육비로 모두 소진되버린 후이다.
자녀에게 눈을 낮추어 취업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많은 자녀들은 대학까지 졸업한 고학력자에 외국어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하는 인재이므로 쉽지 않다.
그냥 사람은 일을 해야하는 것처럼
사람은 공부를 해야하는 걸로 알고 살았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아이에게 공부를 시킨다.
공부를 매우 안시키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만 24개월이 되면서부터는
매월 100만원이 넘는 돈이
아이의 보육비 겸 교육비로 쓰이고 있으니
돈을 적게 쓴 건 아니다.
아이가 빨간펜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가격을 알아봤다가 너무 놀래서
서점으로 책을 몇 권 사서
집에서 시키고 있다.
어차피 방문 학습지를 해도
엄마가 시켜야 하니까.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아이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감당은 할 수 있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면
남는 돈이 없을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의대에 보내려면
고등학교 3년 동안 사교육비가 월 300씩 최소 필요하다는데
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현재로써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므로 ㅎㅎ)
아이의 가능성을 그냥 포기를 해야하는 걸까?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빼빼가족이다.
꽤 유명한 가족인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1년 동안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여행을 다녀온 가족이다.
여행경비는 아파트를 팔아 마련했다.
사실 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청소년이었던 아이들은 학교를 모두 그만두고
돌아와서 검정고시를 본 것이다.
사실 모두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타이밍에 말이다.
얼마나 유명했는지 7년 후, 근황 방송까지 나왔고
빼빼가족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당시 여행하며 찍은 영상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수익이 괜찮은 것 같다.
5명이 1/n 한다고 한다 ㅎㅎ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버지의 인터뷰 장면에서 큰 인사이트를 얻었다.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했고
자녀들도 제도권 학교에 머문다고 하여
딱히 학업적으로 성공할 거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것이다.
영상을 보니 여행 경비도 평소 생활비의 80% 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쇼핑도 안하고, 외부 약속도 없고, 어머니가 장을 보아 요리를 해먹고, 차에서 잠을 자니 가능하긴 했지만 모든 걸 다 팔고 정리했다고 하기에는 희생한 것은 1년치 생활비 뿐이었다.
어차피 한국에 있어도 사람이 밥은 먹고 옷은 입어야 하니 크게 손해본 것도 없어보인다.
나는 부모님이 현명하셨다고 생각했다.
청소년기에는 어느정도 학업 성적이 나오는 상태이고
다른 방향으로 가족들에게 투자를 하신 거니까.
문제 해결 방법이나 세상에 대한 경험이나
가족간의 끈끈함이나 말이다.
그리고 부모님은 빼빼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튜브로 활동하시고
막내 아들은 편집을 배워 편집을 하고
책도 3권이나 출간하시고
시골에 있는 작은 집이지만 집도 한 칸 있고
도리어 사교육에 대한 지출
자식의 성공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더 풍요롭고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막연하게 그런 세계여행을 청소년 아이들과 했으니
아이들이 뭐 세계를 무대로 꿈꾸는 직업을 향해 도전한다던지
(국제 난민 구호나 외교관이나 뭐 무역일 등)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 몇 개 국어를 한다던지
뭔가 그런 "학업적인 아웃풋"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빼빼가족의 외국어 실력은 1년이라는 여행 기간 중 늘지 않았고
도리어 부모님의 커리어에 도움을 주었던 경험이었다.
여행까지도 무언가 유의미한 아웃풋,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수없이 많은 여행을 다니며
나는 뭐 얼마나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고
비지니스 적인 인사이트를 얻고
배웠는가?
그냥 즐겁고 재밌고 그거였지.
다만, 우리 아이는 성향이
지는 것을 싫어하고
사교육을 매우 좋아해서
잘 조율하면서
최대한 엄마표로 버티려고 한다.
또한 너무 경험에 많은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만드는데 집중했던
지난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행이나 체험은 "레저 활동"이자 "즐거움"이지
그걸 통해서 큰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비전을 발견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여행으로 무언가를 얻고 배워
남은 인생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적절한 나이가 있는듯 하다.
(청소년부터 초기 성년기까지)
취미 활동으로 가는 여행을
자녀 교육이나 경험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사교육 지출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에
잘 지혜롭게 공존해보자.
수십년 후,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나 체험이 아니라
노후 준비된 부모라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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