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 (Tangled, 2010) 》은 엄마 고델이 딸, 라푼젤을 18년 동안 탑에 가두어놓는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고델은 오로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으로 라푼젤을 가두었다. 평생 탑 안에 갇혀 살아온 라푼젤의 소원은 해마다 자신의 생일에 띄워지는 전등을 보러 탑 밖을 나가는 것이다.
제발 밖에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라푼젤에게 엄마 고델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 가버리렴, 가서 강도당하고는 죽어버리렴.
나는 그냥 너의 엄마일 뿐인데, 내가 뭘 알겠니?
난 그냥 널 씻기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간호해주기만 했을 뿐인걸.
날 내버려 두고 가버리렴, 난 그래도 싸지.
난 여기서 혼자 죽을 테니, 장례 치를 때나 오렴.
그때는 너무 늦었겠지만.
너는 잘 속고, 순진해 빠졌고, 엄청나게 지저분하고,
멍청한 데다가 조금, 글쎄, 음… 멍하지.
엄마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뿐이야.
다시는 탑 밖으로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지도 말렴.
너무너무 사랑한다, 아가야.”
- 엄마가 제일 잘 안단다(Mother knows best)
사실 라푼젤은 18세가 된 어엿한 성인이며 머리카락을 줄로 이용해 충분히 스스로 탑 밖에 나갈 수 있었다. 고델은 라푼젤을 끈으로 묶어 결박하거나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푼젤은 끊임없이 엄마의 허락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로지 말로써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런 세상에 나가기에 라푼젤이 얼마나 미성숙하고 멍청한지 거짓말했을 뿐이다. 거기에 더해 딸을 향한 자신의 사랑과 희생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충분히 성장한 라푼젤은 조금씩 엄마의 말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엄마의 거짓말이 평생 통할 수는 없는 것이다. 18년 동안, 탑에 갇혔던 라푼젤은 엄마의 뜻을 거역하고 마침내 탑 밖으로 나온다. 그녀는 ‘지금이 내 인생을 시작할 때야(That’s when my life begins)’라고 노래하며 온전히 자기 자신을 느낀다.
라푼젤은 처음 느껴보는 자유와 해방감에 들뜨지만, 한편으로 엄마의 뜻을 거역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영화에서는 이 두 가지 마음을 왔다 갔다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라푼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는 엄마의 회유로 스스로 탑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믿을 수 없어! 내가 밖으로 나오다니!
엄마가 모르시면 괜찮을 거야, 그렇지?
완전 대박이야!!!
내가 다신 돌아가나 봐라!
야호!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Vs.
“믿을 수 없어! 내가 밖으로 나오다니!
엄마가 화내실텐데…
어떡해, 엄마한테 죽었다.
난 정말 비열한 사람이야.
난 정말 나쁜 딸이야, 돌아가야겠어”
라푼젤은 자신은 세상 밖으로 나가면 큰일 날 만큼 미성숙하고 어리석은 존재이며 오직 엄마만을 의지하고 신뢰해야 한다고 학습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엄마의 사랑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생각해 언제나 엄마의 통제에 순응하며 살았다. 라푼젤은 물리적인 탑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엄마의 거짓말, 가스라이팅, 죄책감 씌우기, 피해자 코스프레 등의 언어의 사슬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세상 밖으로 나온 라푼젤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엄마의 사랑에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성인이 되었기에 충분히 스스로 선택할 수 잇었지만, 라푼젤은 끊임없이 엄마의 허락과 승락을 갈구한다. 그러나 엄마 고델은 자신의 사랑과 희생을 강조하고, 라푼젤을 가둬두기만 할뿐... 라푼젤의 의사는 존중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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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게 드렸던 초고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해보았습니다 ^^
엄마에게 고통받는 딸을 위한 독립 프로젝트입니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엄마의 인생에 대한
막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지닌 채 살아왔다.
-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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