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이 섬이 마음에 쏙 들어요.
여기서 살게 되서 정말 기뻐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들었어요.
이 섬에서 사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정말 여기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상상이 현실이 되면
정말 기쁘잖아요."
[빨강머리앤] 중
나는 내 나이 서른 중반에 10대, 20대 때 적었던 버킷 리스트의 대부분을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버킷 리스트의 대부분은 혼자 유럽 배낭여행 가기,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하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보기 등 여행과 관련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여행지들을 아는대로 적었던 덕에, 미국에 5년 동안 거주하면서 버킷 리스트는 대부분 채울 수 있었다.
(사람은 바라고 꿈꾸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가까워지고 때로는 이루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 때 버킷리스트를 서울 국평 아파트 소유하기로 적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ㅎㅎ)
물론, 그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관광지들도 있었다. 방문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장소 중 하나는 빨강머리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이왕 캐나다로 여행을 간다면 록키 산맥이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방문하지, 몇 번 경유해야하는 깡촌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 여행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 이유로 나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여행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막 2살이 된 아이와 씨름하고 있던 때, 남편이 나의 생일에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방문하자고 제안을 했다. 남편은 이미 항공편과 숙소, 렌트까지 알아둔 터였다. 나에게는 생일선물이라고 했지만 많은 고민이 들었다. 2살된 아이와 2번 비행기를 환승하여 가는 것이 과연 "선물"일까? 선물이라기보다는 "벌칙" 아니 "형벌"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가기로 했다. 아이가 24개월 미만이었기 때문에 항공권이 무료였기 때문에 평생 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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