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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이야기/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앤, 나는 아직도 가끔 너의 위로가 필요해

 

 

 

 

 

 

 

 

 

 

 

 

 

 

 

 

 

 

 

 

 

 

 

 

 

 

 

 

 

 

 

 

"저 집이죠, 맞죠?

 

보자마자 저기가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 꿈꾸는 것 같아요.

 

있잖아요,

지금 제 팔꿈치로부터 그 위로

온통 멍투성이일 거예요.

 

오늘 제가 몇 번이나

꼬집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무척 가난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동네에서 평생 살았다.

 

그런 동네에서 살았다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조금 더 슬픈 사실은 우리 집은 그 중에서도 더 가난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대부분 낡은 연립빌라에서 살았고,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의 소원은 그렇게 낡고 좁은 연립빌라에라도 가서 사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낡은 한옥집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몇 번 멋모르고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도 않았고, 

때로는 일부러 집 앞이 아닌 집 아래 계단에서 헤어지기도 했다. 

우리 집이 어디인지 숨기고 싶었다.

어느 날, 앞집 빌라에 사는 남자아이와 싸움이 났는데 그 아이가 홧김에 내게

'초가집 사는 주제에!'라고 말한 이후부터였다.

물론, 그 아이는 순간적으로 말을 내뱉다가 매우 당황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지금도 나는 그 남자아이가 못되거나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나의 친척들까지 내게 '초가집에 산다'며 놀려댔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여자아이들은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인형을 가지고 놀곤했는데

몇 번 끼어 다른 친구들 집에 놀러가기는 했지만 

반대로 친구들을 초대한 적도 없고, 하교하면 도망다니기 바빴던 나는 외로웠다.

 

 

그 때, 나를 위로해준 친구는 빨강머리앤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보고, 책으로도 보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잘 살아남아 초록색 지붕집으로 오고

다이애나라는 좋은 친구를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하여 교사라는 직업까지 가지게 된 앤은 그야말로 나의 롤모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