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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이야기/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초록색 지붕 집으로 가는 길 // 네비를 정확히 찍자. 에.이.본.리.

 

 

 

 

 

 

 

 

 

 

 

 

 

 

 

 

 

 

 

 

 

 

 

 

 

 

 

 

 

 

 

 

 

 

 

 

 

 

 

 

 

 

 

 

 

 



매슈의 아버지도 아들 만큼이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수가 적어서

농장 터를 잡을 때
숲속에 완전히 파뭍히지는 않으면서
사람들과 가능한 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했다.

그래서 땅을 개간하여
가장 끄트머리에 현재의 초록 지붕 집을 지었고
지금도 에이본리의 다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큰 길에서는
초록 지붕 집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빨강머리앤 중






 

 

 

 


 

 

 

"우리 살던 동네 많이 변했어."

 

몇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나는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내게 하나같이 우리가 살던 동네가 엄청 변했다고 전했다. 재개발이 시작될 무렵, 나는 취업을 하면서 이사를 나왔는데 내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미국에서 살다 오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동네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을 한 것이다.

 

옛 동네 구경을 하고 싶어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니 여러 유튜버들이 개발 호재, 교통 호재 등으로 임장을 다녀온 영상들이 나온다. 예전에 저 길가를 따라 유치원을 다녔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기억과 일치하는 것은 큰 도로의 모양일 뿐, 주변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져있었다.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 동네는 서울의 구시가지였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골목과 언덕을 따라 낮은 한옥들(누군가는 흙집이라고도 한다)과 붉은 벽돌의 연립빌라들이 뒤엉켜있었다. 그나마 잘사는 아이들은 빌라에 살았고, 그 중에서도 못사는 축의 아이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마당이 있는 흙집에 살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그 동네, 그 골목, 그 집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색이 없다.

 

동네에서 나무와 같은 자연을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나무들을 보거나 이따금 배드민턴을 치러 동네 공원에 갈 때 수풀을 봤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나는 꿈을 꾸면 꼭 그 동네에서 살았던 낡은 한옥집이 나온다. 동네가 온통 잿빛 혹은 흑백빛이어서인지... 나는 한번도 선명한 컬러 꿈을 꾼 적이 없다. 그 동네와 집은 꿈속에서도 그리고 나의 기억에서도 잿빛으로 남아있다.

 

그런 내가 TV에서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멋진 풍경과 흰색과 초록색으로 페인트칠 되어있는 이층집을 보았으니 눈이 휘둥그레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방문은 나의 버킷 리스트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에이본 리(里)로 잘못 알고 있었던 에이본리(Avonlea)는 소설 속에서 애니메이션 화면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었다. 사방이 탁 트여있었고, 반짝이는 연못이 곳곳에 있었다. 바닷가와 연못, 그리고 수많은 들꽃들과 넓은 잔디밭. 진한 총천연색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