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봐둔 10평대 역세권 구축 아파트를 밀어부쳤다.
그가 반대할수록
나는 그 아파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이렇게 자기 고집만 부리는 사람과
평생 살 수는 없다는 확신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공산당도 아니고
거주 이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였다.
남편은 이혼할 마누라가 살 집임에도
본인 돈이 들어가서인지
이혼하는게 싫어서인지
나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무조건 신축을 사야한다는
부동산 기준이 확고했다.
신혼 살림을 할 때에도
낡은 방 두 개 빌라가 아니라
신축 원룸에서 살자고 한 사람이다.
원룸에서 도대체 어떻게
두 사람이 밥을 해먹고 빨래를 하냐고 이야기해보았지만
본인은 새벽같이 나갔다가
밤 늦게 들어올테니
실제로는 나 혼자 쓰는 거니 충분하다며
화를 내고 고집을 부렸다.
남편은 자취하며
관리가 잘 안된 노후된 빌라에 살았는데
수시로 보일러가 고장이 나는데
집 주인은 보일러 교체를 안해주고
벌레가 나오는 등
고생을 많이 한 탓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것이 나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주었다.
무엇이냐면
어떤 사람의 눈에 보기에는
허름하고 낡은 집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그 집이 꼭 필요하다는 거다.
내 눈에 차는 집에만 사람이 사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집이든
집의 입지에 맞게 크기에 맞게 가격에 맞게
들어와 살 사람이 있다.
내 판단에는 오래되고 작더라도
이 입지라면
수요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반짝거리는 새 집에 살고 있지만
이 작은 지방에도
인프라가 갖추어진 구도심은
기축 가격은 훨훨 날아가고
반짝거리는 새 아파트이지만
인프라가 없는 곳은
가격이 8년째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혼을 결심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밀어부치게 된 이유도
집에서 하루종일 살아야하는 나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새 건물만 고집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이 집에 사는 내내
나는 깨끗하고 좋은
감옥살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집은 건물도 중요하지만
앞에 나가서
버스나 지하철도 탈 수 있어야하고
도서관 가서 책도 빌려야하고
문화센터가서 줌바도 배워야지
집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집 안에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번 입지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겠다.
'썸머 이야기 > 경제적 독립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의 대물림 끊기 // 빌라는 왜 팔기 어려울까? (0) | 2022.02.08 |
---|---|
가난의 대물림 끊기 // 신축 빌라 분양은 왜 위험할까? (0) | 2022.02.07 |
가난의 대물림 끊기 // 부동산 선입견 깨부시기 _ 신축이 무조건 좋다? (1) (0) | 2022.02.04 |
가난의 대물림을 끊다 // 셀프 위자료로 챙긴 구축 아파트 (0) | 2022.02.03 |
가난의 대물림을 끊다 // 부동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다 (0) | 2022.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