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썸머 이야기/경제적 독립 프로젝트

가난의 대물림 끊기 // 부동산 선입견 깨부시기 _ 신축이 무조건 좋다? (1)

 

 

 

원룸보다 투룸이 좋다.

오피스텔이건 빌라건, 다가구건, 아파트이건...

 

 

당연한거 아니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하하.

 

 

 

 

신혼 초, 우리 부부가 서울에서 살 집을 구할 때였다.

남편은 무조건 '신축'에서 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그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신축이기만 하면 집의 형태나 크기가 어찌되었건 상관없다고 했다.

 

 

남편은 대학을 다니며 자취를 했는데

대학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취집들이 그렇듯...

연세 지긋한 집주인이 인근 대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세를 받는 노후된 빌라들이었다.

 

 

집주인도 그렇고 세입자도 그런 상황이니

관리가 잘 되어있을리도 만무하고

건물의 연식도 오래된 것들이었다.

 

 

수업으로 바쁘게 살다보니

방에 이불을 펴고 살았다고 한다.

마치 침대처럼 같은 자리에

이불과 베개를 두고 살았던 것이다.

 

 

모처럼 이불을 개고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베개 아래에 바퀴벌레가 죽어있었다고 했다.

얼마 동안 자신이 바퀴벌레를 베고 잤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취 때의 기억으로 남편은

건물의 연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겉보기에 건물이 세련되고 깨끗하길 원했다.

 

 

처음 지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남편은 구축 아파트에 매매로 들어가기 보다

신축 풀옵션 투룸 빌라 전세로

들어가자고 주장했던 사람이었다.

 

 

건물이 새거라서 더 좋다고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서울 역세권에서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구할 수 있는 집은 이러했다.

 

 


깨끗한 신축 오피스텔 원룸
vs 구축 빌라 방 2개

 

 

 

그리고 남편은 무조건 신축 오피스텔 원룸을 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본인은 새벽에 나갔다가 밤 늦게 들어올테니 꼭 그렇게 하자고 했다.

 

 

열린 마음으로 원룸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짐이야 줄여서 살면 될 것이지만...

문제는 빨래였다.

 

 

빨래 건조대를 펼치면

두 사람이 아주 사이좋게 잠을 자야

겨우 몸을 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방 안에 짐이 아무 것도 없다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접었다 폈다하는

밥상같은 자잘한 짐은 두어야할 테였다.

 

 

그 곳에서 요리라도 했다가는

빨래 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에

음식 냄새가 다 베여

밥 한 끼도 마음 놓고 해먹기 어려워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아주 작은 신축빌라에

첫 입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대로 방이 2개가 있었고

세탁기를 둘 수 있는 베란다와 부엌이 따로 있었고

남편이 원하는대로 첫 입주라 건물이 완전히 새 것이었고

깔끔한 번호키와 엘리베이터까지 갖추고 있으니

신축 오피스텔 부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집도 집 주인이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한 번에 세입자를 받는 바람에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것이었다.

몇 년이 지나면서 전.월세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부동산을 선택할 때마다 싸움이 일어났다.

남편은 크기와 입지, 형태, 주변 환경을

따지기 이전에 무조건

'새 것인가? 첫 입주인가?'만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입지도 좋고 학군도 좋은데

새 것이면 좋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은 적기 때문에

그가 본 물건은 건물만 새 것인 경우가 많았다.

 

 

현재 거주하는 집이나

앞으로 거주할 집들 모두

이런 남편의 주장 때문에

우리가 모두 첫 입주였다.

 

 

다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살기 불편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며

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 퍽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입주 물량이 한 번에 쏟아진다는 리스크가 있다.

 

 

남편이 절대 싫다고 하던 준신축들은

가격에 날개가 돋힌듯 훨~훨~ 날아가지만

희안하게 내가 산 집만 제자리이다.

 

 

내가 가진 선입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선택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우연히 생각나서 8년 전 세입자로 살던 동네의 시세를 다시 보았다.

멋지고 세대수 많은 오피스텔 건물이건, 낡은 빌라이건...

아파트를 제외하고 전세가가 상승한 곳은 방 두개 이상인 곳이었다.

전세가나 월세가 그제나 지금이나 비슷한 곳은 원룸이었다.

(오피스텔 원룸은 매매가가 도리어 떨어져있었다.)

 

 

 

10평짜리 원룸을 짓는데 드는 건축비가
3,000만 원 선밖에 되지 않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 간다, 김유라> 중

 

 

 

원룸은 짓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다.

몇 백 세대씩 공급하는 오피스텔도 있겠지만

작은 건물들은 더 빨리 원룸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룸에 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남편같은 생각으로 깔끔한 신축 원룸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오래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한국은 4계절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계절에 맞춘 옷과 신발이 있어야하고

침구류 역시 계절별로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은 빌라로 이사를 오고나서 원룸에 안 살기를 잘했다 생각했던 건

다름아닌 분리배출용으로

따로 모아놓아야하는 플라스틱과 종이들이었다.

원룸이었다면 이 플라스틱과 종이박스들을

도대체 어디에 보관한단 말인가.

하다못해 쌀 자루 둘 곳도 없어서

좁은 싱그대 앞 바닥에 두어야했을 것이다.

냉장고가 작기 때문에 말이다.

 

 

또 하나는 빨리였다.

우리가 살았던 빌라는 베란다가 아주 작았지만

세탁기 하나 놓고,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배출용 플라스틱들을

모아둘 정도는 되었다.

 

 

빨래건조대는 부엌에 두어 널어 하루 말렸다가

빨래를 개고 저녁을 해먹는 식으로 하였다.

빨래에 음식 냄새도 베지 않았다.

 

 

시장 가격은 어지보면 정직한 것 같다.

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정해진 가격들이다.

 

 

왜 같은 입지에 있음에도

삐까번쩍하고 새 건물인 오피스텔 원룸과

낡고 오래된 투룸이 가격이 같았는지.

 

 

그리고 그 원룸은 가격이 변하지 않지만

방이 여러개인 물건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지.

 

 

이제야 눈에 보이고 있다.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이지만

입지가 같다고 하더라도

그 집이 최소한의 크기가 되어야

인플레이션에 올라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