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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이야기/경제적 독립 프로젝트

가난의 대물림을 끊다 // 셀프 위자료로 챙긴 구축 아파트

 

 

 

남편은 더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 부부는 결국 불안형-회피형의

무한 싸이클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단지 서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

서로 유지하고 있는 거리가 가까워졌고

싸이클을 도는 속도가 느려졌긴 했지만

결국 아주 크고 약하게 우리는 여전히

불안형-회피형 싸이클을 돌고 있었다.

 

 

나는 더이상 못하겠다고 했다.

더이상 노력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다른 노력을 하는 편이 더 건설적이라 생각했다.

내 거주 이전의 자유는 내가 스스로 찾겠다고 했다.

 

 

문제가 된 점은 오랜 유학생활로

딱히 일군 자산이 없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위자료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몫의 위자료를 미리 챙기기로 했다.

자산을 일구고 난 후,

내 몫을 챙기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테니 말이다.

 

 


 

 

나는 무척 진지하게 원하는 부동산을 찾았다.

매수할 부동산 기준을 많이 많이 낮추었다.

 

 

지금 전세를 끼고 구입해두었다가

정리되면 올라가서 실거주할 생각으로 말이다.

혼자 아이를 키워야하니

아래의 기준을 정했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지하철역세권
20년 정도의 대단지 구축 아파트
10-20평대
초, 중, 고 학군

 

 

 

 

복도식도 괜찮고 연식이 오래되어도 괜찮았으니

눈을 아주 많이 낮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이버 부동산을 켰다.

 

 

 

 

 

 

 

도봉구 10평 구축이 이 가격이라고?

구로가 이 가격이라고?

광명이 이 가격이라고?

안양이 이 가격이라고?

안산이 이 가격이라고?

 

 

그랬다.

부동산 현실을 모르면

싱글맘으로 이혼할 수도 없었다.

무식한 그리고 안일했던

나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물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개구리는 아빠랑 살겠다고 했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은 몇 번이고 들썩대고 있었고

GTX 호재로 인해 수도권 저 끄트머리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있었다.

 

 

비루한 뚜벅이가

지하철 좀 타겠다는데

10평대에서 별 살림도 안갖추고

미니멀라이프로 살겠다는데

여성이라서 안전이 중요하니

그래도 대단지 아파트에서 살겠다는데

 

 

그게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이혼한다고 큰 소리 쳤는데
쪽팔려서 어쩌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그리고 진짜 나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위해

부득이하게 부동산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서른 번, 아니 삼 백번은 더 씻으며

내가 독립하여 살 수 있는 지역을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그 조건에 맞는 곳을 마침내 찾았다!

지금은 가격이 저렴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계획들이 잡혀있었다.

 

 

이것은 감동이고 인간승리였다.

 

 


 

 

나는 남편에게 나의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반대했다.

 

 

반대하는 이유는 무려 세 가지나 되었다.

 


1. 본인은 이혼을 안 할 것이다.
2. 내가 위자료를 너무 많이 가져간다.
3. 내가 고른 아파트가 마음에 안든다.

 

 

 

그는 내가 선택한 아파트가

거품이며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