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 (20) 썸네일형 리스트형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에이본리에서 마음의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전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책장 안에 사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그 애를 캐시 모리스라고 불렀고 우린 굉장히 친했어요. 전 그 애한테 모든 걸 숨김없이 말했어요. 캐시는 제 삶의 위로였고 위안이었어요. 우린 책장에 마법이 걸렸다고 상상했어요. 제가 주문만 알면 캐시 모리스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캐시 모리스가 제 손을 잡고 꽃과 햇빛과 요정들이 가득한 멋진 곳으로 데려가는 거죠. 거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해먼드 아주머니 댁으로 갈 땐 캐시 모리스와 헤어져야 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캐시 모리스도 같은 마음이었구요. 어떻게 아냐면, 책장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작별의 입맞춤을 할 때 그 애도 울고 있었거든요. - 빨강머리앤 중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품은 자서전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소매가 볼록한 원피스 꼭 한 벌만 갖게 해주세요! 소매가 볼록한 원피스 한 벌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꼭 한 벌만 갖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는데. 사실 별로 기대도 안 했어. 하느님은 나 같은 고아가 입을 옷을 고민할 시간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다행히 난 상상력이 있잖아. 저 옷들 중 하나가 아름다운 레이스 장식이 있고 삼단으로 부푼 볼록한 소매가 달린 눈처럼 하얀 모슬린 원피스라고 상상하면 돼. 빨강머리앤 중 마릴라와 매슈가 원체 검소하게 사는 탓에 나는 초록색 지붕집이 가난한 축에 속하는 줄 알았다. 사실 소설 속 그 어디에도 초록색 지붕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글은 없었지만, 내가 평생 가난하게 살았으니 내 환경을 주인공에게 무의식적으로 대입하여 추측했으리라. 앤이 유행하는 옷이 없어 소외감을 느낀 것이나, 발표회에 신을 예쁜 덧신이 없어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난 초록색 지붕 집의 앤이야 초록색 지붕 집의 앤이야. 내가 코딜리어라고 상상할 때마다 주근깨투성이에 잿빛 눈동자를 가진 네가 보여. 하디만 집 없는 앤보다 초록색 지붕 집의 앤이 백만 배는 더 좋지 않니? 안녕, 눈의 여왕님! 다이애나가 내게 마음의 친구가 되어줄까요? 앤은 늘 자신을 코딜리어 공주라고 상상하며 힘든 시간을 견뎠다. 초록색 지붕집에 머물기로 정해진 날도 앤은 자신은 코딜리어 공주라고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상상으로 이 방을 꾸며야지. 바닥에는 분홍 장미 무늬가 있는 하얀 벨벳 카펫이 깔렸고, 창에 분홍 실크 커튼이 드리워졌어. 이건 소파고 분홍색, 파란색, 진홍색, 황금색의 휘황찬란한 실크 쿠션이 가득 놓여있지. 난 그 위에 우아하게 기대어 앉아 있는 거야. 나는 키가 크고 위엄이 넘쳐. 하얀 레이스가..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바닷가 길이라니, 근사해요 바다는 정말 경이롭지 않아요? 언젠가 메리스빌에 살 때였는데 토머스 아점시가 화물차를 빌려와서 우리를 전부 태우고 16km 정도 떨아진 바닷가로 놀러갔어요. 그날도 내내 아이들을 쫓아다녀야했지만, 그래도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즐거웠어요. 그런데 여기 바닷가가 메리스빌의 바닷가보다 더 멋있어요. - 빨강머리앤 중 "우리 바다보러가자!" 교회 주일학교 교사 모임이 끝나고 한 오빠가 외쳤다. "바다요?" 나는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웅성웅성하더니 이내 교회 봉고차 안에 인원 맞게 교사들이 앉았고 휩쓸려 같이 바다로 갔다. '도대체 그 먼 바다를 이 저녁에 어떻게 간다는 거야?' 하지만 나의 걱정도 잠시, 몇 십분 달리고 나니 바다에 도착했다. 그 바다는 월미도였다. 서울에도 이렇게 가까운 바다가 있다고?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잘자요, 반짝이는 호수님 잘자요, 반짝이는 호수님. 전 늘 제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해요. 사람들한테 하는 것처럼요. 저 호수가 제게 웃어 주는 것 같아요. - 빨강머리앤 중 '반짝이는 호수'라는 표현은 그저 '반짝반짝 작은별'의 동요 구절처럼 타성에 젖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호수니까 반짝인다고 붙여놨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크고 작은 연못들을 보니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연못(Pond)라고 지명에 적혀있지만, 한국에서 보던 연못과는 규모가 달랐다. 하지만 호수(Lake)는 아니었다. 그런 연못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는 곳곳에 있었다. 우리 가족은 운전을 하며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다녔는데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바닷가와 숲, 호수가 한데 어우러진 예쁜 섬이었다. .. 초록색 지붕 집으로 가는 길 // 네비를 정확히 찍자. 에.이.본.리. 매슈의 아버지도 아들 만큼이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수가 적어서 농장 터를 잡을 때 숲속에 완전히 파뭍히지는 않으면서 사람들과 가능한 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했다. 그래서 땅을 개간하여 가장 끄트머리에 현재의 초록 지붕 집을 지었고 지금도 에이본리의 다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큰 길에서는 초록 지붕 집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빨강머리앤 중 "우리 살던 동네 많이 변했어." 몇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나는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내게 하나같이 우리가 살던 동네가 엄청 변했다고 전했다. 재개발이 시작될 무렵, 나는 취업을 하면서 이사를 나왔는데 내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미국에서 살다 오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동네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을 한 것이다. 옛 동네 구경을 하고 싶어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가방에 제가 가진 전부를 넣었지만 무겁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 고아원을 나올 때 너무 창피했어요. 기차에 오르자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며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았는데, 곧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다고 상상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섬까지 오는 동안 여행을 마음껏 즐겼어요. 노바 스코샤 주의 고아원에 있던 앤은 기차를 타고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 온다. 마릴라와 매슈가 흰모래마을에 사는 스펜서 부인에게 매슈의 농장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말이 꼬이게 되어 스펜서 부인은 여자 아이인 앤을 데리고 온다.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앤은 드디어 자신의 집이 생겼다는 꿈에 부풀어 프린스 에드워드 섬까지 오게 된다. 앤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브라이트 리버 기차역이다. 소설 속 지명은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앤, 나는 아직도 가끔 너의 위로가 필요해 "저 집이죠, 맞죠? 보자마자 저기가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 꿈꾸는 것 같아요. 있잖아요, 지금 제 팔꿈치로부터 그 위로 온통 멍투성이일 거예요. 오늘 제가 몇 번이나 꼬집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무척 가난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동네에서 평생 살았다. 그런 동네에서 살았다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조금 더 슬픈 사실은 우리 집은 그 중에서도 더 가난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대부분 낡은 연립빌라에서 살았고,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의 소원은 그렇게 낡고 좁은 연립빌라에라도 가서 사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낡은 한옥집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몇 번 멋모르고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도 않았고, .. 초록색 지붕 집으로 가는 길 // 앤, 너를 만나러 갈까? "벌써부터 이 섬이 마음에 쏙 들어요. 여기서 살게 되서 정말 기뻐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들었어요. 이 섬에서 사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정말 여기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상상이 현실이 되면 정말 기쁘잖아요." [빨강머리앤] 중 나는 내 나이 서른 중반에 10대, 20대 때 적었던 버킷 리스트의 대부분을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버킷 리스트의 대부분은 혼자 유럽 배낭여행 가기,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하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보기 등 여행과 관련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여행지들을 아는대로 적었던 덕에, 미국에 5년 동안 거주하면서 버킷 리스트는 대부분 채울 수 있었다. (사람은 바라고 꿈꾸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가까워지고 때로는 .. 내면아이 치유│빨강머리앤의 마을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섬 다녀왔어요~ 힘들었던 가정환경, 힘겨웠던 교우관계 속에서 저는 상상 속으로 도피를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년 200권이 넘는 책을 읽었을 정도니까요. 그 중, 저에게 가장 많은 위로를 주었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빨강머리앤'이었습니다.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초록색 지붕집과 아름다운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제게 훌륭한 도피처였습니다. 그 곳에서 마음껏 뛰어놓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큰 위로를 받기도 했죠. 상상으로는 수백번도 방문했었던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작년 여름에 다녀왔었어요. 그 곳에서 저는 지독하게도 외롭고 상처받았던 어린 저를 만났답니다. https://youtu.be/N_np2LwrLSY 태어날 때부터 깡마르고 못생겼던 앤. 앤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이집저집을 ..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