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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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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홍당무! 홍당무! (앤 & 길버트 1) "홍당무! 홍당무!" 앤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길버트를 봤다. 쳐다보기만 한게 아니었다. 앤은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앤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길을 길버트에게 던졌고 화가 난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다음 '퍽'하는 소리가 났다. 앤이 석판으로 길버트의 머리를 내리쳤고 석판이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에이본리 학생들은 늘 이런 소동을 좋아했다. 모두들 놀라면서도 신나서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앤은 11살에 미래의 남편을 만난다. 철천지 원수로 말이다.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다. 길버트는 매우 잘생기고 키가 큰 매력적인 남자아이였다. 길버트는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한데, 새로온 전학생 앤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않는 것이었다. 길버트는 앤에게 주의를 끌고자 노력해보지만 실패하게 되고,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아이스크림은 천상의 맛이었답니다! 전 아직 한 번도 아이스크림을 못 먹어 봤단 말이에요. 다이애나가 어떤 맛인지 설명해 주려고 애썼는데, 상상만으로 아이스크림 맛을 알기는 힘든 것 같아요. 아이스크림은 말로 표현을 못 하겠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천상의 맛이었가는 건 확실해요. 빨강머리앤 소설 속에는 먹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각종 과일들인데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민들은 대부분 직업이 농부인 관계로 집 앞에 과수원을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 열린 사과를 따가지고 다니며 간식으로 먹는다. 각종 과일을 넣어 만든 케이크나 청, 음료도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밀가루와 설탕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였기에 케이크나 쿠키, 빵 종류도 식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이 시..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연인의 오솔길은 낭만적이야 정말로 연인들이 걸어 다닌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다이애나하고 같이 정말 아름다운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연인의 오솔길'이 나오거든요. 우리도 그런 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름도 참 예쁘잖아요. 무척 낭만적이고요! 캐번디쉬의 초록색 지붕집 박물관에는 연인의 오솔길 (Lover's Lane)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붙은 산책로가 있다. 소설 속, 앤이 등교하기 위해 지나가는 길이 바로 이 연인의 오솔길이다.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실제로 걸어본 연인의 오솔길은 좁고 소박했다. 이렇게 평범한 산책로는 앤과 다이애나의 상상력으로 인해 연인이 걸어다니는 낭만적인 길이 되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연인의 오솔길을 걸어보았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들어왔다. 다이애나와 앤의 미팅 포인트였던 통..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마음의 벗, 다이애나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앤 : 손을 잡아야 해. 이렇게. 원래는 흐르는 물 위에서 해야 하는데. 우린 그냥 이 길에 물이 흐른다고 상상하자. 내가 먼저 할게. 나 앤 셜리는 해와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마음의 친구인 다이애나 배리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다이애나 : 나 다이애나 배리는 해와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마음의 친구인 앤 셜리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나는 친구가 별로 없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이렇게 쓰고 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나의 타고난 성향도 한 몫을 한다. 내향인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센서티브(예민한 사람, HSP, Highly Sensitive Person), 엠패스(Empath), 내향인 같은 개념은 나에게..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에이본리에서 마음의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전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책장 안에 사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그 애를 캐시 모리스라고 불렀고 우린 굉장히 친했어요. 전 그 애한테 모든 걸 숨김없이 말했어요. 캐시는 제 삶의 위로였고 위안이었어요. 우린 책장에 마법이 걸렸다고 상상했어요. 제가 주문만 알면 캐시 모리스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러면 캐시 모리스가 제 손을 잡고 꽃과 햇빛과 요정들이 가득한 멋진 곳으로 데려가는 거죠. 거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해먼드 아주머니 댁으로 갈 땐 캐시 모리스와 헤어져야 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캐시 모리스도 같은 마음이었구요. 어떻게 아냐면, 책장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작별의 입맞춤을 할 때 그 애도 울고 있었거든요. - 빨강머리앤 중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품은 자서전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난 초록색 지붕 집의 앤이야 초록색 지붕 집의 앤이야. 내가 코딜리어라고 상상할 때마다 주근깨투성이에 잿빛 눈동자를 가진 네가 보여. 하디만 집 없는 앤보다 초록색 지붕 집의 앤이 백만 배는 더 좋지 않니? 안녕, 눈의 여왕님! 다이애나가 내게 마음의 친구가 되어줄까요? 앤은 늘 자신을 코딜리어 공주라고 상상하며 힘든 시간을 견뎠다. 초록색 지붕집에 머물기로 정해진 날도 앤은 자신은 코딜리어 공주라고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상상으로 이 방을 꾸며야지. 바닥에는 분홍 장미 무늬가 있는 하얀 벨벳 카펫이 깔렸고, 창에 분홍 실크 커튼이 드리워졌어. 이건 소파고 분홍색, 파란색, 진홍색, 황금색의 휘황찬란한 실크 쿠션이 가득 놓여있지. 난 그 위에 우아하게 기대어 앉아 있는 거야. 나는 키가 크고 위엄이 넘쳐. 하얀 레이스가..
초록색 지붕 집으로 가는 길 // 네비를 정확히 찍자. 에.이.본.리. 매슈의 아버지도 아들 만큼이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말수가 적어서 농장 터를 잡을 때 숲속에 완전히 파뭍히지는 않으면서 사람들과 가능한 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했다. 그래서 땅을 개간하여 가장 끄트머리에 현재의 초록 지붕 집을 지었고 지금도 에이본리의 다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큰 길에서는 초록 지붕 집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빨강머리앤 중 "우리 살던 동네 많이 변했어." 몇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나는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내게 하나같이 우리가 살던 동네가 엄청 변했다고 전했다. 재개발이 시작될 무렵, 나는 취업을 하면서 이사를 나왔는데 내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미국에서 살다 오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동네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을 한 것이다. 옛 동네 구경을 하고 싶어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가방에 제가 가진 전부를 넣었지만 무겁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 고아원을 나올 때 너무 창피했어요. 기차에 오르자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며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았는데, 곧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다고 상상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섬까지 오는 동안 여행을 마음껏 즐겼어요. 노바 스코샤 주의 고아원에 있던 앤은 기차를 타고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 온다. 마릴라와 매슈가 흰모래마을에 사는 스펜서 부인에게 매슈의 농장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말이 꼬이게 되어 스펜서 부인은 여자 아이인 앤을 데리고 온다.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앤은 드디어 자신의 집이 생겼다는 꿈에 부풀어 프린스 에드워드 섬까지 오게 된다. 앤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브라이트 리버 기차역이다. 소설 속 지명은 ..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앤, 나는 아직도 가끔 너의 위로가 필요해 "저 집이죠, 맞죠? 보자마자 저기가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 꿈꾸는 것 같아요. 있잖아요, 지금 제 팔꿈치로부터 그 위로 온통 멍투성이일 거예요. 오늘 제가 몇 번이나 꼬집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무척 가난하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동네에서 평생 살았다. 그런 동네에서 살았다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조금 더 슬픈 사실은 우리 집은 그 중에서도 더 가난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대부분 낡은 연립빌라에서 살았고,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의 소원은 그렇게 낡고 좁은 연립빌라에라도 가서 사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낡은 한옥집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몇 번 멋모르고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도 않았고, ..
초록색 지붕 집으로 가는 길 // 앤, 너를 만나러 갈까? "벌써부터 이 섬이 마음에 쏙 들어요. 여기서 살게 되서 정말 기뻐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들었어요. 이 섬에서 사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정말 여기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상상이 현실이 되면 정말 기쁘잖아요." [빨강머리앤] 중 나는 내 나이 서른 중반에 10대, 20대 때 적었던 버킷 리스트의 대부분을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버킷 리스트의 대부분은 혼자 유럽 배낭여행 가기,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하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보기 등 여행과 관련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여행지들을 아는대로 적었던 덕에, 미국에 5년 동안 거주하면서 버킷 리스트는 대부분 채울 수 있었다. (사람은 바라고 꿈꾸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가까워지고 때로는 ..